지금이었다면 괜히 인터넷으로 최저가를 검색하고,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신발의 이미지를 미니홈피에 업데이트하면서 '꼭 사고 말거다.'라고 끄적거릴 수 있었겠지만 인터넷이라는 것이 없었던 그 시절에는 동네의 나이키 매장을 오가며 힐끔힐끔 쳐다볼 수 밖에 없었던 신발, 내게는 영원히 가질 수 없을 것 같던 꿈의 신발이 바로 Air-max uptempo다. 사실, 이 신발은 앞서 나온 Air more uptempo에 비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지 못했다. 비싸지만 피펜과 같은 슈퍼스타가 신는 시그니쳐 신발은 아니었으며(훗날 이 신발은 2001년 리트로되며 어부옹의 시그니쳐로 인식되는 굴욕을 맛본다;), 수려한 겉모습을 가졌지만 air more uptempo에 비해 강렬함이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최근에 개인 매물을 통해 구입한 것은 2001년 리트로 버전이다. 중학생 코찔찔이의 꿈은 현실이 되었지만 소년은 30살의 아저씨가 되었고, 싱싱한 무릎엔 물이 찼으며, 1+1 이벤트로 배 역시 불룩하게 나왔다. 헤어진 첫사랑을 다시 만나듯, 다시 95년의 OG와는 많이 달라진 air-max uptempo의 모습은 '과거는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알려줬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시피 이 신발은 탄탄한 폴리우레탄 중창에 전족부에서 발꿈치에 이르는 맥스에어를 탑재하고 있다. 95년 OG 모델에 비해 2001년의 리트로 모델은 맥스에어의 크기가 확연히 줄어들었는데, 이는 분명 질소가 아쉬워, 그리고 맥스 에어의 파손으로 인한 신발 보상이 아쉬워 압력의 크기를 적당한 정도로 조정했으리라고 판단된다.;
<맥스에어의 크기는 90년대의 OG에 비하면 D와 A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성적으로 맥스에어의 크기를 줄인 이유를 판단해보자면, 90년대 중반 맥스 에어는 바깥쪽과 안쪽의 공기압을 달리함으로써 충격흡수는 물론, 안정성에도 일정부분 역할을 담당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맥스 에어가 아닌 구조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보편적으로 실행됨으로써 맥스 에어는 충격흡수 본연의 역할만 담당하게 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맥스에어의 공기압은 전부분 일정해졌고, 과거에 비해 '터질듯 풍만한' 맥스 에어의 모습은 2000년대 이후 씨가 마르게 됐다.
비록, 시각적인 즐거움은 조금 줄어들었지만(큰 건 남자한테 좋은데, 진짜 좋은데...;) air-max uptempo에 적용된 맥스에어는 절대적인 충격 흡수에 있어서 전혀 부족함을 느끼지 못할만큼 훌륭하다. 지금이야 '업템포' 라인은 파커와 같은 '작고 빠른 가드'들의 전용으로 여겨지지만 90년대 중반 당시 업템포란 피펜, 페니 등 일류 스윙맨들의 신발이었다. (물론 가넷, 로빈슨 같은 포지션 파괴자들도 이 신발을 신었다) 이들은 가드처럼 빨랐지만, 그와 동시에 포워드처럼 탄탄한 몸을 갖고 있고, 40여분 동안 이륙과 착륙을 수도 없이 해야 했기에 이들의 신발 역시 충격흡수에 부족함이 없어야 했고, 그렇기에 맥스에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던 것 같다.
<아웃솔 사진- 딱 봐도 간지나지 않는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것,
이쁜 여자가 마음도 착한 것은 세상 불변의 진리일텐데 Air-max uptempo의 평균치를 확~ 깎아내리는 것은 이토록 번지르르한 아웃솔이다. 90년대 맥스 에어를 장착했던 농구화들은 그 자부심 때문인지 아웃솔에서도 에어를 확인할 수 있는 창을 삽입했는데, 이 창은 air-max uptempo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더욱이 air-max uptempo는 단순히 창을 삽입한 것으로는 성이 안 찼는지, 이 창을 형상화한 무늬를 온 아웃솔에 흩뿌려 놓았는데 이는 잠시 후 말할 접지력과 밀접히 관련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발가락부터 발뒷굼치까지 온통 맥스에어'라는 점으로 수많은 중고딩의 심장을 벌렁거리게 했던 이 신발은 사실, 보이는 바와 달리 전장 맥스 에어가 아닌 3등분 된 맥스에어(조...좋은 낚시다;)를 사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절대적인 충격 흡수(명심하자, 농구는 단순히 위 아래로만 점프하는 운동이 아니다!)를 일정부분 포기한다. 왜 그럴까? 전장 맥스에어를 포기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하는 동시에, 맥스에어가 갖고 있는 치명적인 단점인 유연성을 획득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나이키의 이런 시도는 아웃솔 덕에 눈앞까지 굴러들어온 유연성을 발로 차 버리게 된다. 이는 아웃솔을 3등분하지 않고 적당한 스크래치로만 유연성을 획득하려고 했던 나이키의 안일한 결과가 만들어 낸 것이다. 뻣뻣한 아웃솔은 그 어떤 부드러움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느낌은 게임을 오래 뛸 수록 심해져, 오래 뛰다보면 '고무창'이 아닌, '고무판'을 달고 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 아웃솔은 접지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이런 무시무시한 악행도 모자라 재질 역시 끈적함이 아닌 단단하고 미끄러운 소재인지라 아스팔트나 먼지가 있는 코트에서는 그야말로 스케이팅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갑피: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갑피는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다.>
딱딱하고, 부드럽지 못한 중창과는 별개로 스웨이드 재질로 만들어진 갑피는 발에 찰싹 감기는 부드러움과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부드럽게 지지해주는 느낌이 훌륭하다. 이 신발을 신고 수십 게임을 뛰었지만 갑피에 선명한 주름을 남기지 않은 건 바로 인체공학적 움직임에 충실한 디자인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90년대 중반의 농구화를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그 당시 일정하게 들어갔던 물결무늬 패턴 때문이다. 이 물결무늬 패턴은 발의 움직임에 어울리게 만들어져 신발을 신었을 시 꽤나 편안한 착화감을 얻을 수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또한, tongue 부분에는 매쉬 소재를 선택해 신발 내부의 열기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 점은 나름의 배려이다.
발등을 감싸고 있는 스판덱스 밴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밴드는 일상의 움직임에는 더없이 훌륭한 일체감을 선사하지만, 신발을 꽉 묶거나 좌우로 격렬하게 반응하는 게임에서는 여지없이 위로 솟아올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온지 10년 가까운 신발이기에 고무줄이 헐거워졌을 수도;) 또한, 15년 전 농구화인지라 적절한 지지대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갑피의 가죽이 뻣뻣하지 않은, 도리어 부드러운 스웨이드이기 때문에 지지대의 유무는 신발의 안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맥스에어를 충격흡수 본연의 용도로만 사용했다면, 지지대 하나쯤은 리트로 버전에 추가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Dreams come true! but...>
너무 비판적으로 글을 썼기에 급수습을 하자면 air-max uptempo는 꽤나 괜찮은 신발이다. 적당히 가볍고, 풍부한 쿠셔닝을 갖고 있으며 착화감 역시 괜찮다. 다만, 하나의 실수가 신발 자체의 아이덴티티를 바꿔 버린 것은 아쉽다. 잘빠진 디자인과 그 당시 중고딩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전장(이라고 쓰고 3등분이라고 읽는) 맥스에어의 탑재로 이 신발은 동네에서 '짜지기 시합 좀 한다'는 친구들의 로망으로 자리잡아 왔고, 세월이 흘러도 무색하지 않은 외모 덕분인지 이 신발은 노란색 병아리 색으로, 반다이 사와 콜라보한 시뻘건 색 등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되며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스테디셀러 정도의 위치는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90년대 최고의 농구화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이 신발이 단지 밑창 하나 때문에(!) 그저 좋은 농구화로 남게 된 것은 분명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다 횽이 애정이 있어서 까는 거다..;
Air-max uptempo는 긴 시간동안 꿈꿔왔던, 첫사랑과 같은 농구화다. 그리고 2010년 난 첫사랑과 재회한다.
간절히 바랐던 첫사랑과 만난 기분. 달콤한 꿈은 씁쓸한 현실이 되었다.